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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할배' 2탄, 또 만드냐고? 참 반가운 이유 [이꽃들의 36.5℃]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유럽 편(사진=CJ E&M)(사진=CJ E&M)

“고마워, 그런 프로그램 만들어주면 내가 고맙지.”(신구)

“예쁘고 잘생긴 친구들을 섭외해도 안 될 판에…대중이 어떻게 반응할까.”(나영석 PD)

평균 나이 74.5세.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노배우 4인방의 좌충우돌 스페인 여행담 2탄이 오는 3월 시청자와 만날 예정이다. 평균 시청률 7.1%(닐슨 코리아 제공, 케이블 가입 가구 기준)로 화제를 일으켰던 전편에 이은 tvN ‘꽃보다 할배’ 시리즈의 제2탄이다.

나영석 PD는 토로했다. 실은 ‘꽃보다 할배’ 시리즈의 기획 초기, 주변의 우려를 한몸에 받았음을.

“예능, 방송 환경이란 게 젊은 층인 10대, 20대를 타깃팅해서 들어가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연세가 있으신 분들을 모시고 하는 것에 대중이 어떻게 반응하겠느냐는 시선도 컸다. 뚝심으로 하겠다 했지만, 같이 하는 PD들도 흔들려 했다. 이를 헤쳐나가면서도 한편 걱정이 됐다.”

전문가들은 ‘젊음 지상주의’를 대중 매체의 핵심 코드 중 하나로 분석한다. 중장년층 탤런트는 ‘식탁용 배우’로 전락하고, 청춘스타가 TV 브라운관의 메인스트림을 장악한다. 실력과는 무관하다. 한때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인기 배우도 나이가 들면, 기억 속 뒤편으로 사라진다. 방송국에서 더 찾지 않기 때문이다. 지상파 아침 프로그램에 등장해 추억을 회상하며 근황을 전할 수 있다면 그나마 호사다.

‘꽃보다 할배’는 이처럼 대중매체 속 지배적인 젊음 지상주의를 향해 모반을 꾀했다. 우려한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크게 성공을 거뒀다. 더불어 대중에 노배우의 존재감을 다시금 환기해줬다. 시청자는 낯선 환경 속에 놓인 그들의 각기 다른 모습에서 ‘직진순재’(이순재), ‘국민 떼쟁이’(백일섭), ‘로맨티시스트’(박근형), ‘시크 구야형’(신구) 등 참신한 인물 매력을 엿보았다. 또,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본 뒤 밝힌 신구의 감회는 시청자의 가슴에 깊이 남았다. 오랜 세월 대중과 함께한 노배우의 입에서 나온 묵은 말들은 특별했다. 새롭고 자극적이지만, 일회적이고 소비적인 이미지로 사랑받는 일부 청춘스타와는 비교불가의 매력이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마마도’, 영화 ‘수상한 그녀’ 등 최근 나이 든 배우에 대한 잇따른 관심과 재조명엔 ‘꽃보다 할배’가 그 시발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꽃할배’는 몸값이 껑충 올랐다는 소식을 전하며 모바일 게임 CF를 찍기도 했다. 주로 무릎 파스, 잇몸 약 등 의약품 위주의 광고에 집중돼 기용되던 점에 미루어 괄목할만한 일이다. 세대 폭을 넓힌 인기를 증명하며 노배우가 구매력을 높이는 광고 모델로 인정받은 것이다.

더욱 자극적인 것 그리고 젊고 예쁜 얼굴만을 찾는 대중문화의 방향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대중문화 속 젊음 지상주의는 수십 년 간 중장년층 연예인이 쌓아온 중요한 연예 자산을 사장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세대를 가로지르며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의 확산이 절실한 가운데, ‘꽃보다 할배’의 새 프로젝트가 참 반갑다.

‘꽃보다 할배’의 유럽 편 포스터엔 “미안합니다만, 이번엔 우리가 주인공입니다. 껄껄껄”이라고 쓰여있다. 그들의 가치를 이제서야 새삼 느낀 우리 모두가 미안해야 하지 않을까.

[이투데이/이꽃들 기자(flowersle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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