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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TV]나PD는 왜 이서진 늦게 출발시켰을까(꽃보다할배)

 

[뉴스엔 박지련 기자]

이서진이 없는 50분 동안 할배들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3월 14일 오후 방송된 tvN '꽃보다 할배' 2회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을 구경한 H4가 숙소로 돌아가다 헤매는 모습이 그려졌다.

할배들이 바르셀로나 도심 중앙에서 숙소까지 가는데 50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도심 곳곳에 위치한 건물들로 길거리가 미로처럼 복잡했기 때문이다.

'순대장' 이순재가 급한 마음에 먼저 길을 알아보겠다고 나섰지만 81세 이순재에게도 스페인 거리는 낯설고 어려웠다. 이에 이순재는 함흥차사가 됐고 뒤따라 길찾기에 나선 박근형까지 행방이 묘연해졌다. 결국 신구와 백일섭은 발을 동동 굴리던 끝에 스스로 숙소를 찾아 보겠다고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 과정에서 H4의 성격이 가감없이 드러났다. '욱신구' 신구부터 '청년' 박근형까지 그간 보지 못했던 모습을 드러내는 할배들이 있는가 하면, '직진순재' 이순재부터 '귀요미' 백일섭까지 익숙하면서도 조금 낯선 면모를 드러낸 할배들도 있었던 것.

'꽃보다 할배'에서 주로 아기 미소를 발산하며 '미소천사'로 불렸던 신구는 스페인 거리를 헤맬 때 제작진에게 버럭하는 등 상남자의 모습을 보였다. 함께 있는 동생 백일섭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무릎이 좋지 않은 백일섭은 이전 여행에서 장기간 걷거나 서 있으면 심한 후유증을 겪곤 했다. 이런 동생이 염려된 신구는 쉽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낸 제작진에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조금 더 나이 많은 사람으로서 책임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 불평이 많은 막내라는 의미로 '섭섭이'라고도 불렸던 백일섭은 오히려 조용히 있었다. 백일섭의 무릎이 저려왔지만, 같은 시간 더 많이 걸으며 낯선 곳을 헤맬 이순재와 박근형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백일섭은 다같이 배낭여행을 한 시간이 늘며 자신이 50을 걱정하면 자신으로 인해 100을 염려하는 형들을 지켜봤다. 이를 헤아렸기 때문에 담담히 발걸음만 재촉하며 귀여운 막내로서 자리를 지켰다. 이런 백일섭의 모습에서 미처 몰랐던 그의 포용력과 배려심을 엿볼 수 있었다.

'순대장' 이순재는 특유의 '직진' 본능을 이번에도 살렸다. 하지만 이순재의 이번 직진은 자신 때문이 아니라 동생들을 위해서였다. 무엇인가 더 많이 보려고 한 것이 아니라 한시라도 빨리 아끼는 사람들을 편히 쉬게 하고 싶었던 것. 이에 이순재는 숙소에서 동생들이 은근슬쩍 힘들었다는 기색을 비치자 살짝 의기소침해지며 다음 일정을 더 꼼꼼하게 챙겼다. 이순재의 이런 모습은 그가 엄하고 무서워 보이는 겉모습 뒤에 정많고 여린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했다.

한편 이날 50분간의 숙소찾아 삼만리 때 가장 반전 캐릭터를 보여준 인물은 박근형이었다. 박근형은 알고보니 굉장히 적극적인 성품이면서도 사려깊은 면모 역시 가지고 있었다. 박근형은 구엘 공원에서 사그리다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서 대중교통 빈자리를 모두 다른 할배들에게 양보했다. 추위에도 별로 내색하지 않았고 힘든 상황도 유쾌하게 받아들이려고 했다. 또 4명의 할배들이 무사히 숙소에 도착한 후 다과회를 가질 수 있도록 몰래 마트에 들려 장을 보는 세심함까지 보였다. 알면 알수록 더 매력적인 모습이 나오는 양파같은 할배였다.

이런 할배들의 개성은 나영석PD가 안배한 '이서진 없는 하루' 덕분에 부각됐다. 게다가 짐꾼 이서진의 남다른 H4 사랑도 '할배들 곁을 떠난 하루' 덕분에 돋보였다. 이서진이 없어도 H4가 관광을 잘하도록 본인이 직접 할배들 일일가이드여행까지 예약해뒀던 것이다. 이 외 이서진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할배들을 지극정성으로 챙기며 꼭 편히 모시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할배들의 끈끈한 형제애와 이서진의 지극한 효심, 다섯 남자의 훈훈한 인간애 등은 모두 나PD의 짓궂은 뻔뻔함 내지 독한 영리함 덕에 빛났다. 결국 나PD가 할배들과 이서진의 일정에 하루 차이를 뒀던 것이 '꽃보다 할배'의 예능적 재미와 휴머니티를 더 살렸던 것이다. 이쯤되면 나PD의 탁월한 지휘 능력에 시청자들로서는 백기투항 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tvN '꽃보다 할배' 캡처)

박지련 p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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