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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누나' 에필로그, 예능하러 갔다가 철학을 얻어 온 이승기

 

 

[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미디어스] 꽃보다 누나 초반은 이승기가 어떻게 짐에서 짐꾼으로 자리를 잡아가는가에 대한 호기심이 전부였다.허당의 원조답게 이승기는 터키의 대공황을 겪어야만 했으며, 진땀을 흘려가며 낯선 짐꾼으로의 제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은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만 했다.그리고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서울 모처에서 나영석 PD와 만난 이승기는 그 열흘간의 여행이 준 소박하지만 아주 중요한 인생의 교훈을 털어놓았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곧바로 스타덤에 오른 이승기는 지금껏 남의 손에 의해서 모든 것을 해결해왔을 것이다.사람은 대접받는 데에 금세 중독된다.대접받으면 받을수록 더 편해지고자 하는 아주 나태한 본능을 갖고 있다.그래서 그렇지 않던 생활을 쉽게 잊어먹고 만다.이승기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을 것이다.그렇지만 짐꾼으로 떠난 열흘의 경험은 이승기에게 대접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고마운 일이며, 그렇게 해주는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말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이승기는 이번 여행에서 자신의 직업을 오래 하고 싶고, 그것을 위해서 조금씩 발전하기를 바란다는 대견한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평소 그런 마음이니 가능한 말이었겠지만 자신이 받아온 배려들에 대해서 그 고마움을 알게 된 것을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말한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작년 전국을 시끄럽게 했던 연예병사들의 문제는 바로 연예인들이 누려온 것들을 당연한 특권으로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 것이다.작은 오만으로 비롯된 연예병사들의 비행은 많은 국민들을 분노케 했고, 본인들에게도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게 됐다.진작 자신들이 누려온 많은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더라면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이승기가 터닝포인트라고 말한 것이 그것을 염두에 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앞으로 이승기에게 특권을 당연시해서 사고를 치는 일만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꽃보다 시리즈의 짐꾼들은 한번 여행을 다녀오면 인기는 물론이고 이렇게 일상에서 얻지 못할 소중한 교훈을 얻어온다.본래 짐꾼이라는 말은 허름하지만 짐꾼이 된 후에 얻는 것은 스타라는 단어의 화려함을 겸손이라는 필수영양소로 단단하게 만들어준다.그것을 이승기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알고 또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까지 말해준 것은 정말 다행이고 또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꽃보다 누나 에필로그에서 짧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고백이 또 있었다.제작진은 윤여정, 김희애에게 다시 20대쯤의 젊은 나이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질문을 던졌다.그에 대한 대답은 두 사람 모두 같았다.물론 지금이 행복하고 감사한다는 말도 했으나 보다 중요한 이유는 “다 찍은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찍으라면 못한다”는 김희애의 말에 있었다.꽃보다 누나들의 젊은 시절은 모두가 화려하기만 했다.그래서 그립고 다시 돌아가고 싶기도 할 것 같았는데 의외의 대답이었다.

누구나 부러웠던 그들의 화려한 시절이건만 정작 본인들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윤여정은 “한번만 살고 싶다”는 말을 했다.불교적으로 말하자면 더 이상 윤회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윤여정의 종교를 알지 못하지만 이제 70을 눈앞에 둔 사람의 이 말 한마디는 의미가 매우 무겁다.또한 그 뜻을 다 알겠다고 차마 말할 수도 없다.그 한 번의 삶에 대한 의미는 예능을 보다가 갑자기 화두를 받은 기분이었다.이승기도 그렇고, 시청자인 나도 그렇고 예능으로 대한 꽃보다 누나는 철학으로 마무리를 짓고 말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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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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