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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누나', 점점 중독되는 불량 희애의 반전매력

 

 

 

 

[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미디어스] 탤런트 김혜자의 유명한 어록이 있다.“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어떤 형태든 폭력을 거부하는 의미 있는 말이었다.그러나 20일 방영된 꽃보다 누나 김희애를 보면서는 “꽃으로는 맞아도 좋다”고 패러디하고픈 의욕이 생겼다.꽃 중에서도 가장 우아하고 여린 꽃이 분명했던 김희애의 한식대첩은 분명 꽃으로 맞은 일이고, 맞고도 기분 좋은 기억이었다.

꽃보다 아름다운 누나 김희애는 알고 보니 개콘여신이었다.김희애는 틈나면 개콘 유행어를 슬쩍슬쩍 선보였다.그래봐야 우아한 말투에 그 맛이 잘 살 리는 없지만 그렇게 어울리지도 않는 유행어가 묘하게 매력적이었다.집에서는 두 아들들에게 쓰지 말라는 지청구를 듣는다고 하는데도 말 안 듣는 사춘기소녀처럼 계속 하는 모양이다.그런가 하면 아다리라는 일본어조차도 김희애의 입에서 나오니 왠지 불어만큼이나 우아한 단어로 들릴 지경이었다.

사실 꽃보다 누나는 부적합한 짐꾼 이승기의 멘붕스토리가 인기의 큰 요인이 되어왔다.그런 짐승기의 본능은 크로아티아로 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서 버스번호를 물어보는데 “6번 정도”라는 불후의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그런 이승기도 크로아티아 이틀째는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심지어 방전된 이미연이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김자옥, 김희애와 동반한 아침 산책에서는 아무런 문제없이 티타임까지 무사히 마치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짐꾼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다행이기는 한데, 그러나 예능 분량이 위험스러워지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그 공백은 윤여정의 분만사건으로 어느 정도 메워질 수 있었다.많은 민감한 사람들이 해외여행에서 겪는 변비문제. 스스로 할머니임을 강조하더라도 여배우가 배변문제를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 모습은 웃음을 나게 하기에 충분했다.윤여정의 똥타령은 파격, 자유 등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유쾌함을 주었다.

그렇지만 제작진이 지난주 예고부터 밀었다시피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불량희애로 변신한 김희애의 한식대첩이었던 것이 틀림없다.오후 관광에 나서기 전 우연히 스태프 방에 들어선 것이 발단이었다.하필 그 방은 스태프들의 식량을 관리하는 곳이었고, 하필 김희애가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이 묵은지 김치찌개였다.비록 공장에서 만든 것이지만 해외여행 사나흘 째라면 결코 뿌리치지 못할 유혹의 아이템이었다.

아무리 양식에 익숙해져있다고 하더라도 해외여행 중에 김치찌개를 본다는 것은 이성을 버릴 만한 강력한 충동이다.그리고 김희애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날 저녁을 위한 비장한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 방을 나선 김희애는 저녁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일행들에게 그런 사실을 알리고 제작진 몰래 스태프방 습격작전을 준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김희애는 곧바로 스태프들의 식량방으로 직진했고, 거침없이 짐뒤짐을 시작했다.그런 김희애의 모습에 당황한 나영석PD가 소심하게 저항을 해봤지만 김희애를 저지하게는 너무 무력했다.심지어 “확~ 그냥”이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불량해진 김희애의 모습에 세상 누가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김치찌개가 있으니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즉석밥을 강탈하러 나섰다.김희애가 다시 스태프방으로 향하자 작가들도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는 듯 막내작가는 달려가고, 선배 작가들은 다급하게 “문 잠궈!”를 연발했지만 김희애를 조금도 주저하게도 하지 못할 무력한 반발이었다.방으로 달려가 문을 잠그려던 막내작가는 지금껏 듣지 못한 큰소리의 김희애의 한마디에 얼어붙을 수밖에는 없었다.“너는 왜 그러니. 어디서 그런 거 배웠어”하는데 어쩌겠는가. 그렇게 스태프방은 하릴없이 저항도 못하고 김희애의 습격에 당할 수밖에는 없었다.

정말이지 고작 김치찌개 하나 때문에 30년간 지켜온 우아함 그 자체였던 김희애의 과감한 불량희애로의 변신을 유쾌하고 즐거웠다.자그레브성당에서 충만한 감성에 영화처럼 아름다운 눈물을 보였던, 그래서 역시나 여배우의 감수성을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그 김희애라고는 도저히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반전이 흥겨웠다.

꽃보다 누나가 계속될수록 이미연은 물론 김희애의 상상도 못했던 매력들에 흠뻑 빠지게 된다.웃음보다도 그녀가 틈틈이 털어놓은 인간적인 모습에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김희애가 바로 옆자리에 와서 수다를 떠는 듯한 친근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일 것이다.김희애는 정말로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요물이 아닌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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