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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누나는 가족 시트콤이다"…'꽃할배'에 없던 기승전결

 

 

[Dispatch=서보현·김미겸기자] 새벽 2시, 터키공항. 유럽여행을 온 가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교통편을 알아본다며 나간 늦둥이 아들이 30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 결국, 기다리다 지친 가족이 뿔을 내기 시작했다.


 

막내누나 : 얘 너무 느려. 안 가? 여기서 그냥 잘 거야? 뭐 하나 하면 20분이야.


 

엄마 : 너는 애를 공항에서 자를 기세야. 그럼 안돼. 얘는 서진이랑 달라.


 

이 때 큰누나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인포메이션 센터로 가 리무진을 알아봤다. 그 사이 엄마와 막내누나도 직접 교통편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분 뒤, 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왔다.


 

막내누나 : 야! 너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어우!


 

엄마 : 예쁘게 얘기해 너. 아들아, 다행히 잘 돌아왔어. 살아 돌아와 줘서 참 고맙다. 애가 어렸을 때 데뷔했는데, 한국에서 버스를 타봤겠어. 지하철을 타봤겠어.


 

분위기가 겨우 진정되려는 순간. 고고하게 일기를 쓰던 이모가 한 마디를 던진다.


 

이모 : 결국은 다 잘 될건데 왜 그렇게 급해?


 

새로 시작한 홈드라마가 아니다.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누나'(이하 '꽃누나') 속 장면이다. 100% 실제 상황이지만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엄마(윤여정), 이모(김자옥), 큰누나(김희애), 작은누나(이미연), 막내동생(이승기) 등의 캐릭터가 잡힌 덕분이다.


 

전작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에서는 맛보기 힘든 재미였다. 가족으로 뭉치니 스토리도 생겼다. 매회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등장할 예정이다. 할배들의 낭만여행기에서 가족여행기로 탈바꿈한 '꽃누나'. 분명 형보다 나은 아우였다.


 

 

◆ "꽃누나,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꽃할배'는 70대 할배들의 여행이었다. 이순재, 박근형, 신구, 백일섭 등 할배 배우들과 새까만 후배 이서진이 주축이 됐다. 하지만 '꽃누나'는 다르다. 60대(윤여정, 김자옥), 40대(김희애, 이미연), 20대(이승기)등으로 짜여있다. 가족을 연상케 하는 관계도다.


 

윤여정은 든든한 엄마 역할이다. 멤버 한 명 한 명을 보듬는다. 이승기를 타박하는 이미연에게 "걔가 버스를 타봤겠어. 지하철을 타봤겠어"라고 감싸주는 식이다. 김자옥은 시집 안간 이모 캐릭터다. 강 건너 불구경이다. 공항 소동 중에도 태평하게 일기를 쓴다.


 

김희애는 침착한 큰누나다. 이승기를 묵묵하게 도와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같이 결정했다"고 말하는 심성을 지녔다. 이미연은 왈가닥 막내누나다.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이내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준다. 이승기와는 가장 가까운 사이다.


 

이승기는 아들이자 막내 동생이다. 모든 일에 서툴고 실수 연발이다. 자연히 4명의 여배우들이 지켜보고 챙겨주게 됐다. 막내 이서진이 할배들을 보살폈던 '꽃할배'와는 상황이 180도 뒤집어진 셈이다.


 

 

◆ "꽃누나의 기승전결…시트콤을 닮았다"


 

가족 캐릭터의 특징은 유기적인 연결에 있다. 서로가 얽히고 설키면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시트콤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꽃할배'가 각각의 캐릭터에 집중하고, 시간 및 장소에 따른 에피소드들을 차례 차례 나열한 것과는 180도 다르다.


 

실제로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구도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일례로 1회는 터키공항 도착을 기점으로, 이승기 교통편 물색(발단)→50분 이상 지체(전개)→누나들 폭발(위기)→김희애의 조력(절정)→리무진 예약(결말) 등으로 구성됐다. 기승전결이다.


 

나영석 PD는 "'꽃누나'에서는 매회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나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승전결이 이루어졌다"면서 "물론 대본이 없는 100% 실제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 같다"고 밝혔다.


 

누나, 그것도 감성이 풍부한 여배우라 가능한 선물이다. 나 PD는 이어 "할배들은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반면 누나들은 감성이 남다르다. 표현도 풍부하다"면서 "의도치 않게 스토리 라인이 그려졌다. 예상 밖의 상황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 "막내의 희망…모르니까 성장한다"


 

엄친아, 지금껏 갖고 있던 이승기의 이미지다. '허당'처럼 보여도 '허탕'은 아니였다. 그러나 '꽃누나'에선 우리가 알던 이승기는 없다. 매 상황에서 멘붕을 겪는다. 좌절은 덤이다. 실수를 반복하는 자신에게 "정말 바보같이 보였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제작진도 이 점에 주목했다. 실패, 좌절, 극복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쩌면 이는 이승기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부딪히면 깨지고, 극복하면 단단해지는 우리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나영석 PD는 "꽃할배는 할배들의 낭만 여행이었다. 어른들의 여행에서 우리가 보고 느끼는 에피소드가 많았다"면서 "반면 꽃누나는 성장기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니 그랬다. 이승기도, 그리고 우리도 모두 한 뼘 자라 있었다"고 강조했다.


 

'꽃누나'의 가족 여행기. 단순히 동유럽의 정취를 담는 건 아니었다. 제작진은 그 안에 내러티브를 심었다. 이는 하나의 메세지를 향해 달린다. 안해봐서 모르고, 모르니까 실수하고, 실패하니 성장하는, 한 마디로 청춘예찬이다.


 

<인포그라픽=김효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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