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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홍주의 캐릭터 셔플] '꽃할배' 짐꾼 이서진 vs '세결여' 임실댁, 존재감은 '슈퍼 甲'

[enews24 고홍주 기자]"밥하러 간다, 왜?"

툭툭 던지지만 착착 감긴다. 무심하게 내뱉는 말투는 중독적이고 맛깔스럽다. 나영석 PD는 '그'에 대해 "진지하게 사기치고 진지하게 요리한다. 그분은 매사에 진지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참 좋은 짐꾼'이라는 게 나영석 PD의 이야기였다.

그렇다. tvN 배낭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할배'의 짐꾼 이서진은 시종일관 진지하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진지함이 배꼽을 잡게하니 심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특유의 화법도 매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꽃보다 할배'에서 이서진은 투덜거리면서도 할 일은 다하는 속깊은 짐꾼 캐릭터다. 애초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몰래카메라'로 시작된 여행이었기에 그의 구시렁대는 화법조차 시청자들에게는 공감의 포인트가 됐다. 할배들의 좌충우돌 배낭여행에 스며든 '짐꾼'의 존재감은 다녀온 여행 횟수 만큼이나 묵직해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또 한 명의 '신 스틸러'가 요즘 화제다. SBS 주말극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에서 최 여사(김용림) 집 가사도우미 임실댁(허진)도 짐꾼 만큼이나 구시렁 직설 화법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 '세결여'에 없어서는 안 될 여자 임실댁

'세결여'에서 허진이 연기하는 임실댁은 애초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것은 '가사도우미'에도 특유의 촌철살인 명대사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시킨 김수현 작가와 허진의 리얼한 연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극중 맛깔 나는 사투리 연기와 언제 어디서든 들릴 듯 말듯 쏟아내는 임실의 '혼잣말 열전'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악독한 김용림의 갖은 구박에도 지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응대하는 것은 물론, 매사 투덜거리기만 하는 철없는 며느리 채린(손여은)과의 신경전에서도 꿍얼꿍얼 독설을 날리며 무한 공감을 얻고 있다.

일례로 '세결여' 26회 방송에서는 채린과 임실의 까칠한 말씨름이 다시 한 번 팽팽하게 불거졌다. 채린이 슬기를 마중하는 것을 귀찮아하자 임실이 "자기가 난 새끼라도 그렇겄소"라며 채린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것이다.

이에 당황한 채린이 아무말도 못하자 "계모로 들어왔으면 될 수 있는 대로 계모 표시 안내고 성의껏 맘껏 살어야지 어째 그렇게 내놓고 표를 낸다요"라고 강하게 꾸짖었다. 또한 "나가 입을 꼬매구 사니 망정이지 새며느님이라는 거 일일이 옮기면 어짤라구 이라요?"라며 그동안 슬기를 향한 채린의 태도를 모두 지켜보고 있음을 경고했다.

임실댁의 존재감은 작품에도 활력을 더해주고 있다는 반응이다. 허진의 리얼한 연기 또한 극찬을 받고 있다.

제작사 삼화네트웍스의 박태영 제작총괄PD는 "허진은 놀라운 열정으로 작은 대사 하나까지도 완벽하게 살려내며 극에 생동감을 더해주고 있다"며 "매회 거침없이 쏟아내는 중얼중얼 어록들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 허진의 맹활약을 끝까지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 '꽃할배' 짐꾼이 스트레스를 푸는 법

여기 '세결여'의 임실댁과 견주어 모자람이 없는 또 다른 캐릭터가 있다.

최근 공개된 tvN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 티저 영상에서 이서진은 스페인 거리를 활보하며 가히 명품 화보의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스페인의 이국적인 풍광에 어우러진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배우의 남다른 클래스를 엿보게 한다. 그런데 이 때 그가 던진 한 마디가 모든 낭만을 깨버렸다.

"밥하러 간다, 왜?"

"어디를 가는 길이냐"고 던진 물음표에 되돌아온 답변이었다. '짐꾼'의 그 한 마디는 스페인에서도 변함 없을 짐꾼의 고난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짐꾼의 멘붕을 기대하고 있는 시청자로서는 첫 방송이 더없이 기다려지는 시점이다.

진지함으로 충만한 짐꾼의 매력은 세 번째로 떠난 스페인 편에서도 빛을 발할 전망이다. 끊임없이 구시렁대는 혼잣말 화법도 여지없이 진가를 드러냈다는 전언이다.

'꽃할배'의 이서진이 카메라와 소통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이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어른 공경 모드'를 탑재한 완벽한 짐꾼의 모습이 그 자체로 매력적이라면, 카메라 앞에서 구시렁대며 혼잣말을 하는 이서진의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웃픈'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꽃할배'의 나영석 PD는 이서진에 대해 '노력하지 않는 천재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하지만 감과 임기응변, 폭넓은 해외경험으로 완벽한 가이드의 역할을 수행했던 지난 두 번의 여행과 달리 이번에는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도 드러났다는 게 나 PD의 귀띔이다. 이번 스페인은 해외파 이서진에게도 초행길이었다.

나 PD는 "항상 여행을 가기 전 이서진씨가 가기 싫다며 투정을 부렸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여행지에 대해 예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을 통해 (이서진이)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할아버지들 앞에서 긴장해서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서진씨가 지금까지는 뭐든 다 잘하는 모습만 보여줬지만 이번에는 그만의 독특한 모습들을 더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H4(할배4)와 짐꾼 이서진 멤버 그대로, 더욱 실감나는 배낭여행을 선보일 tvN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은 7일 오후 9시 50분 첫 전파를 탄다.

사진제공=삼화네트웍스, tvN
고홍주 기자 falcon12@enews24.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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