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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사' 고아라, "나정이 남편이 쓰레기? 중간에 바뀔뻔" (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성나정은 고아라와 얼마나 많이 닮았을까?

여전히 짧은 단발머리에 웃음을 머금고 있는 입매의 고아라는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성나정 그대로였지만 어정쩡한 자세로 의자에서 일어나는 모습은 조금 낯설었다.

촬영 중 다친 다리에 깁스를 한 채 힘겹게 사진 촬영을 마치고 성나정인지, 고아라인지 햇갈릴만큼 닮아있는 배우 고아라를 만났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거의 밤을 새고 촬영을 하던 중 고아라는 인대를 다쳤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촬영을 이어갔다. 극 중 아빠인 성동일이 다쳤다는 소식에 나정은 칠봉이가 모는 차에서 다급하게 빠져나와 병원까지 달려갔다. 이를 촬영하던 중 고아라는 다리를 다쳤다. 방송에서는 해당 장면이 편집됐지만 이는 남은 촬영 내내 고아라를 힘들게 했다.

"19부 후반부터 20, 21부는 다리를 절뚝이며 촬영했어요. 처음엔 삔 정도였는데 그대로 방치하니까 인대가 끊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아, 별일 아니에요. 인대 하나 밖에 안 끊어졌어요. 수술해서 바로 이으면 되니까 괜찮아요. 뼈 부러진 것도 아닌데요. 뭘."

마치 별일 아닌 것처럼 고아라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상태를 설명했다. 수술 기술이 많이 좋아져서 상처는 얼마 안 남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그는 "에이, 정말 괜찮아요"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다.

"저도 이렇게 끊어질지는 몰랐어요.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하긴 했는데.(웃음) 절뚝거리고 돌아다니니 살짝 표가 나긴 했어요. 그런데 워낙 잠을 못자고 촬영을 하느라 아픈지도 몰랐어요."

인대가 끊어진 다리도 아픈 줄 몰랐을만큼 고아라는 '응사'에 모든 애정을 쏟아 넣었다. 한 회, 한 회 대본을 받을 때마다 설렜고, 끝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10년차 배우 고아라에게 '응사'는 그만큼 남다른 작품이었다.

"애착이 남다르죠. '응답하라 1997'을 정말 많이 좋아했어요. 그 작품을 보면서 울면서 웃고, 웃으면서 울었으니까. 친구들부터 부모님, 외할머니까지 다 공감을 했던 드라마에 제가 출연을 했잖아요. 잊지 못할 작품이죠."

털털해서 더욱 사랑스러웠던 나정이는 극 중 두 남자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나정이를 향해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준 칠봉이(유연석)와 티 내지도 못하고 속으로 나정이를 좋아하던 쓰레기(정우)는 서로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나정이는 쓰레기를 선택, 짝사랑이자 첫사랑을 이뤘다.

"나정이에게는 첫사랑이죠. '첫사랑이 이뤄질까'를 놓고 조마조마하면서 대본을 봤어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첫사랑이 이뤄져서 전 행복해요. 칠봉이에 대한 감정이 덜 풀리긴 했지만 나정이도 짝사랑을 했던 장본인이잖아요. 그래서 칠봉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 고맙고 미안하죠. 그런데 칠봉이가 나정이에게 절절했던 만큼 나정이도 쓰레기 오빠를 좋아했어요."

나정이 남편찾기는 회가 거듭될수록 논쟁이 심화됐다. 나정이 남편으로 칠봉이를 지지하는 칠봉이파와 쓰레기를 지지하는 쓰레기파로 나뉜 시청자들은 온라인 상에서 설전을 벌였고, 신원호 감독은 고아라에게 '너는 지금 누구랑 남편이 되도 욕 먹게 생겼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저한테 '어장관리한 거냐'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전 정말 대본에 충실했어요. 작가님이 처음부터 저한테 '나정이는 오로지 쓰레기만'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래서 나정이가 쓰레기를 볼때만은 눈빛이 달랐어요."

고아라는 처음부터 작가에게 남편에 대한 힌트를 얻은 상태였다. '오로지 쓰레기만'이라는 작가의 요구에 고아라는 그를 충실히 이행했으나 칠봉이와 쓰레기의 순정은 그마저도 혼란스럽게 했다.

"저는 분명 쓰레기 오빠만 바라보고 있는데 이게 자꾸 상황이 복잡해지는 거에요. 칠봉이 오빠가 너무 세게 나오니까. (웃음) 사실 나정이 남편을 두고 중간에 논쟁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칠봉이와 나정이를 원하는 팬들의 강한 요구에 '진짜 남편을 바꿔볼까' '카메오를 넣어서 새로운 남편을 만들어볼까' 이런 이야기도 있었어요. 저는 첫사랑이 안 이뤄질까봐 조마조마했고요."

고아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첫사랑을 희망했다고 했다. 첫사랑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던 그는 "전 나정이가 첫사랑을 이뤄서 행복해요. 그게 쓰레기던 칠봉이던. 만약 나정이 첫사랑이 칠봉이였다면 전 칠봉이랑 이뤄지길 바랐을 거에요. 첫사랑이잖아요. 한없이 순수한 20살의 첫사랑. 그래서 더 흔들리지 않았을 거에요."


배우 고아라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응사'가 끝났다. 다친 다리 때문에 시청률 공약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던 그는 7일 프리허그를 사인회로 대체하고 '응사' 팬들을 만난다. 아직도 '응사'가 끝났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며 그는 인터뷰 말미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을 건넸다.

"2014년에도 저는 아마 '응사'를 수백번 돌려보고, 또 볼 거에요. 시청자들도 '응사'를 평생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좋은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배우 고아라.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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