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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18화- 비로소 완전해진 쓰레기-나정 커플, 그래서 나정이는 시작을 불렀나 봅니다

 

 

 

 

 

[블로그와] 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미디어스] 응답하라 1994만큼 감성의 고증을 중요시하는 드라마도 없을 겁니다.밀레니엄 시대로 도래한 18회를 위해 방송사고까지 불사하며 그 시절의 아수라장을 재현할 줄은 몰랐어요. 그 어떤 고증보다 인상적인 디테일이었습니다.

18회를 기점으로 비로소 쓰레기-나정 커플은 완전해졌군요. 드라마라는 범주 안에서 이 커플의 위기는 오히려 너무 빨리 해소된 핸디캡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승-전-결의 구도에서 전이 생략되었거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도에서 위기와 절정을 너무 초장에 배치해뒀던 거죠. 만약 이번 회차를 기점으로 이 커플이 위기를 맞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진정한 위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위기라는 것도 특수한 관계에서 비롯된 기상천외한 만화적 상상력이 아니라 너무나 담백해서 허무하기까지 한 권태기라는 사실 또한 다행인 부분이었지요. 여태껏 진행된 이 커플의 특수성을 돌이켜볼 때 온전히 그들을 갈라놓는 방법은 캔디를 버린 테리우스의 계기 정도는 돼야 마땅했을 테니까요. 이 정도로 특수한 관계를 설정해놓고 그렇게 허무한 방법으로 무산시키는 짓은 아까워서라도 할 수가 없죠. 그러니까 이건 관계의 결별이 아니라 시작인 겁니다.

두 사람의 위기가 그들 자신이 만들어낸 위기라는 사실 또한 이 커플을 향한 제작진의 결벽증을 증명하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쓰레기-나정 커플은 기승전결의 모든 과정에 타인을 개입시키지 않아요. 남은 회차에서 비로소 관계의 특수성을 침입하는 사례가 등장한다면 그것이 바로 두 사람을 궁극의 커플로 만드는 결정적 과정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아니 우리 부모님 이혼하셨거든. 아빠는 출장 가셨고 엄마는 최근에 재혼하셨고 그래서 지금 집에는 아무도 안 계시고 그래서 지금 여기서 난 이렇게 죽 때리고 있는 거지." 4회에서 칠봉이 어머님의 이혼을 놓고 하숙집 친구들은 참 천진한 눈빛으로 잔혹한 수다를 떨죠. "서울 인정. 인정. 와, 역시 다르다이. 삶의 사이즈가 달라 불마." "내는 이혼한 거 텔레비전에서만 봤지 실제로 이혼한 집은 처음 봤다아." "우리 동네에서는 상상도 못 한다.누구 한 명 저 세상 가기 전까지는 평생 붙어 살아야 된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장면은 결말을 암시하는 두 가지 키워드로 작용하는데 하나는 소위 할리우드식 결말이라는 2013년의 그 풍경이 이해할만한 계기 없이는 불가능한 그림이라는 것을 제작진도 인지한다는 것입니다.이 아이들은 헤어짐이 아무렇지 않은 소위 쿨한 세대가 아니에요. 더군다나 이혼을 뉴스에서만 접하던 지방 출신 아이들을 배경으로 만든 이 드라마에서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과거의 연인이 친구가 된다는 설정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잔혹한 블랙코미디 위에서 쓴웃음 짓는 칠봉의 정서를 유일하게 공유하는 사람이 쓰레기라는 사실 또한 인상적인 부분입니다.이혼이라는 에피소드 하나에 들떠있는 이 아이들과 달리 칠봉의 상처에 교감하는 사람은 친척인 빙그레를 제외하면 쓰레기 하나뿐이었죠. "진짜? 우리 칠봉이 마음고생 좀 했겠는데." 쓰레기는 희한하게도 결핍의 냄새를 잘 맡는 사람입니다.아마 그 시절 칠봉이에게 필요했던 사람은 나정이가 아니라 쓰레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남은 회차는 삼각관계의 세 사람이 아니라 칠봉과 쓰레기의 관계 개선에 중점을 맞출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린 아주 특별한 연인이다.이십 년을 오누이처럼 지낸 각별함이 있었고, 힘겨운 짝사랑을 견뎌낸 절실함이 있었으며, 한 달 앞둔 결혼을 미루고 장거리 연애를 시작해도 좋을 든든함이 있었다.우린 아주 특별한 연인이었다." 관계의 소강상태로 들어선 쓰레기와 성나정. 각자 사랑을 각인했고 함께 사랑을 확인했으며 이제 필요한 것은 세 번째의 설렘입니다.다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그게 바로 관계의 시작이고 그 세 번째 사랑을 통해 비로소 두 사람은 완전해질 겁니다.

덧) 현대판에서 나정이는 빙그레과 남편의 관계에 묘한 질투심을 드러내는 장면이 있는데 이날 빙그레를 흘겨보며 왜 신랑 옆에 서느냐고 야단치는 모습이 언젠가 담배 피우러 가는 두 사람을 서운해 하는 장면과도 닮아있더군요. 나정이를 웃으면서 바라보다가도 김재준과 눈이 마주치자 곧 눈을 내리깔고 자석처럼 신랑측에 붙어서는 모습 또한 너무나 그레그레 빙그레다워서 사랑스러웠던 장면입니다.

19회는 히스테릭의 절정이었던, 그래서 너무나 흥미로운 9회를 반추하는 감정선으로 흐르지 않을까 싶네요. 굉장히 기대가 되는 회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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