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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이성민, 임시완에 희망 주지 못한 이유

 

[티브이데일리 김진성 기자] "이렇게만 하면 되는 거죠?" "안될 거다."

29일 밤 방송된 케이블TV tvN 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연출 김원석) 14회는 정규직 전환의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계약직 장그래(임시완)의 현실을 통해 대책 없는 희망은 사치가 돼 버린 세상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려냈다.

이날 '미생'에서 장그래는 정직원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는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계약직의 현실을 한탄했다. 장그래는 주변 정직원들이 인센티브, 안식년 등을 논하는 것을 듣곤 "같은 사람이고 싶다"고 읊조렸다.

고민을 떠안은 채 어두운 표정으로 걸어 들어오는 장그래를 본 오상식은 일부러 그를 더 다그치며 "빨리 평소대로 돌아오라고"라고 말했다. 이에 장그래는 "차장님. 평소에 하던대로만 하면 되는 거죠"라며 "이대로만 하면 정직원이 되는 거죠"라고 물었다.

그러자 오상식은 "안될 거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데이터는 그래. 대학 4년, 어학연수 다녀온 사람도 많고 그 사람들도 취직 못해 고통 받고 있어. 그들이 그 시간에 지불한 노력과 비용을 생각한다면 취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게 당연할 지 몰라. 고급인력을 쓰고 싶으니까 학력, 학점, 특기를 보는 거고 그렇게 해도 알 수 없는 게 사람이라 여러 특이점 따져 가산점 주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따지지"라고 말했다. 또 "회사의 매뉴얼은 철옹성 같아. 네가 끼어들 틈은 없을 거야"라고 쓰라린 말을 남긴 채 오상식은 자리를 떠났다.

오상식이 장그래에게 이처럼 냉담하게 말한 덴 이유가 있었다. 그는 과거 대리 시절 이은진이란 이름의 계약직 직원을 살뜰히 챙겼지만 그는 당시 진행 중이던 업무의 책임을 진 채 회사를 떠났다. 이후 이 계약직 직원은 죽음을 맞았다.

오상식은 그 트라우마 탓에 장그래에게 같은 실수를 범하고 싶지 않았다. 오상식은 선차장(신은정)과 만난 자리에서 "은진이 그 친구한테 자기계발서에나 나올 법한 얘기를 매일 같이 해줬어. '야간대학을 가라, 꿈을 꿔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열심히 하면 길이 보일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주제 넘게만 굴지 않았어도 지금쯤 살아…"라고 말하다 울컥한 오상식은 "편안하게 회사 다니다가 좋은 남자 만나서 잘 살고 있었겠지, 좋은 애니까"라고 말을 맺었다.

오상식은 "그 친구가 웃으면서 그랬어. '대리님 감사합니다, 이렇게만 하면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어 "똑같은 얘기를 장그래 녀석이 묻더군"이라며 "나 안된다고 했어"라고 밝혔다. 오상식은 "은진이 때보다 더 어려운 시대잖아"라며 "대책 없는 희망이, 무책임한 위로가 무슨 소용이야"라고 씁쓸해 했다.

이에 선차장은 "전 그 대책 없는 희망, 무책임한 위로 한 마디 못건네는 세상이란 게 더 무섭네요"라며 "대책 없는 그 말 한 마디라도 절실한 사람들이 많으니까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상식은 한참 망설이다 끝내 "그래도, 안돼"라고 말했다.

'괜찮아, 잘될 거야' 따위의 위로가 제법 통하던 때가 있었을 테다.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 응원과 격려가 움츠려 있던 누군가를 깨울 수 있었던 때. 그러나 '미생'은 지금의 시대에서 이런 식의 현실성 없는 희망을 제시하는 건 '오산'일 수 있다고 말한다.

너무도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미생'의 한 줄, 한 줄은 현실을 냉철하게 사유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장그래가 이를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는 대책 있는 희망을 보고 싶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성 기자 news@tvdaily.co.kr/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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