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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4'와 이서진, 그리고 나영석 PD…이래서 매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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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꽃보다 할배> 제작진은 홈페이지 홍보 문구 중 하나로 '미안합니다만, 이번엔 우리가 주인공입니다! 껄껄껄'이라고 적었다. 미안하지만, 할배들이 미안한 일은 전혀 없을 것 같은 예감이다. 방송 2회째, 4%가 넘는 시청률은 물론 호평과 반향에 있어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 중심엔 물론 5명의 멤버들이 자리한다. 40~50년의 연기 생활을 바탕으로 이들 네 사람이 TV에 등장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을 만큼 전국민적인 인지도와 대중성을 지닌 'H4(할배 포)', 그리고 포미닛 현아와 소녀시대 써니와의 여행을 꿈꿨으나 방송 첫 회부터 몰래카메라에 당한 진짜 막내 이서진은 방송 첫 회부터 시청자들에게 각자만의 개성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직진 순재'부터 '짐꾼 서진'까지, 천양지차인 성격을 바탕으로 숨겨왔던 매력을 폴폴 풍기는 유럽 여행 멤버 5인의 지닌 매력포인트를 동행이라는 '리얼한' 측면에서 짚어봤다. 아, 제6의 멤버 나영석 PD는 덤이다.

'H4'의 맏형 이순재
ⓒ tvN

이순재: '직진 순재'의 진격은 웬만해선 막을 수 없다

아마도, 5명 중 같이 여행을 가면 가장 피곤한 스타일이 아닐까. '진격의 순재'가 괜히 나온 별명이 아닐 터. 동행자의 보폭과 컨디션은 아랑곳 없이, 목적지를 향해 직진을 하는 79세의 할배는 아직 마음만은 청년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작품들을 꼼꼼히 훑어보는 탐구정신을 보이고, 기어이 파리 노천카페의 메뉴판을 직접 소화해야 하는 집념의 노인에게 우리는 대개 '꼬장꼬장하다'는 표현을 안긴다.

하지만, 꾸준히 연기자에게 있어 '우리말'의 중요성과 후배들에게 작품에 대한 열정과 예의를 설파하는 이순재의 모습은 이미 익숙하다. 그래서 '야동순재'로 기억되는 '하이킥'을 비롯해 끊임없이 연기 변신에 도전하는 그의 예술혼은 여행지에서의 '직진'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자기 소신을 밀고 나갔던 뚝심처럼, 동생들의 맨 앞에서 '진격'하는 이순재는 천상 맏형이다.

'H4'의 둘째 신구
ⓒ tvN

신구: 낭만파 둘째 형…"니들이 풍류를 알아?"

언뜻 <내 멋대로 해라>의 고복수 아버지가 스쳐 지나갔다. 프랑스 민박집에서 만난 23살 여성 여행객이 혼자 50일간 여행을 한다는 얘기에 신구가 존경 어린 눈빛과 함께 자신의 20대 시절을 회고하는 듯한 아련한 얼굴을 보였을 때 말이다. 첫째 이순재와 동생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이 낭만파 할아버지의 매력이 어느 정도냐고?

저녁식사 술 한 잔에 기분이 좋아져 개선문 위에서 덩실덩실 봉산탈춤을 추는 풍류 정도? 멀찍이 한 발짝 물러선 듯 하면서도 동행들의 사정을 속 깊게 파악하고 있는 이 둘째 형은 말 그대로 '낭만파'의 좋은 예다. 함께 여행을 간다면, 조용한 듯 하면서도 상대방들의 기분을 맞춰줄 줄 아는 사람, 술 한잔 걸치면 풍류를 함께 나누기에 부족함이 없을 남자. 프랑스의 낭만과 가장 어울리는 이가 바로 "니들이 파리를 알아?"라던 둘째 형 신구다.

'H2'의 셋째 박근형
ⓒ tvN

박근형: 다음 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로맨티스트

<추적자>의 잔상이 쉽게 가실 리 있겠는가. <꽃보다 할배> 제작진 역시 '재벌 회장 전문배우'라 소개하는 박근형은 역시나 현재 방영 중인 <황금의 제국>에서도 역시 근엄한 재벌 총수로 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리얼 예능'에서 그는 새벽 잠을 깨자마자 지구 저편의 아내에게 전화를 하는 최고의 로맨티스트다.

2회까지 실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이순재, 백일섭, 그리고 이 둘을 중재하는 신구와 달리 셋째 박근형은 뒷짐을 지고 관망하는 스타일이었다. 여행지에서 휘적휘적 뒷짐을 지고 감상에 젖는 모습이 가장 어울리는 이 한국 신사는 3회에 이르러 로맨티스트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한다. <황금의 제국>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선보일 '낭만파' 박근형의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H2'의 막내 백일섭
ⓒ tvN

백일섭: 리얼 여행 예능의 서사를 좌지우지하는 막내

1회 장조림 사건에 이어 2회 대분열 사건의 주동자인 '막내' 백일섭은 실로 <꽃보다 할배>의 소소한 사건을 이끈 당당한 주연이었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파리 한복판을 걸어야 했던 그의 짜증이 우연히 마주한 인력거 뒷좌석에 올라 탄 뒤 눈 녹듯 풀어 질 때, <꽃보다 할배>의 드라마와 감정은 두 세배의 입체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성적이기보단 감성파인 백일섭의 다채로운 활약은 아마도 <꽃보다 할배>가 시즌2로 이어져도 계속될 것 같은 예감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김치찌개와 삼겹살을 놓고 소주 한 잔을 기울여야 살 것만 같은 이 천상 한국 남자의 좌충우돌. 백일섭이야말로 '리얼 여행 예능'의 서사를 풍성하게 해주는 최적의 캐스팅이 아니었을까.

<꽃보다 할배>의 이서진과 신구
ⓒ tvN

이서진: <꽃보다 할배>의 '진짜 주인공'

1회의 실질적인 주연은 사실 H4가 아닌 이서진의 몫이었다. 단지 몰래카메라의 주인공이었다면 휘발성 재미에 그쳤을 터. 제작진이 당황스러움도 가시지 않았을 그에게 (실제 파리에서의 상황을 놓치지 않고) 짐꾼을 비롯해 매니저, 네비게이터 등 다채로운 성격을 부여한 것은 말 그대로 '신의 한수'였다.

여기에 본인의 반듯한 이미지와 함께 영어 실력과 환한 보조개가 결합되는 순간, <꽃보다 할배>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한 명은 드라마를 쉬고 있는 이서진이 될 가능성까지도 점치게 한다. 더욱이 할배들과 30~40년의 차이가 나는 이 꼬꼬마 막내가 결국 시청자가 감정이입을 하고, 할배들과 소통을 하게 될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3회 예고편에서, 그가 살짝 짜증 어린 얼굴을 내비치는 순간이 흥미진진해진 건 그런 이유일 터다.

<꽃보다 할배>의 나영석 PD와 박근형, 이순재
ⓒ tvN

나영석 PD: "진짜 무서운 게 뭔지 알아?"라는 제6의 멤버

혹자는 <1박 2일> 멤버들과 협상을 벌이고, 혹독하게 입수를 시키던 나영석 PD가 유해졌다고 한다. 그럴만한 것이, 게임도 없고, 복불복도 없으며, 까마득한 인생 선배들과 여행을 떠난 (심지어 이서진보다도 어린) PD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으랴.

하지만 이러한 기획을 이끌어낸 것 만으로도 나영석 PD는 이미 성공적인 이적을 한 셈이 됐다. 무엇보다 <1박 2일>을 통해 많은 시청자들이 얼굴을 익힌 터라, 제6의 멤버로서의 활약도 기대되는 터다. 헌데, 나 PD가 착해졌다고? 1회 마지막 장면에서 이서진에게 "진짜 무서운 게 뭔지 알아? 오늘이 첫 날이라는 거야!"라며 '악마의 음성'을 날리던 그는 여전히 '리얼 예능'의 또다른 개척자 나영석 P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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